2015년, 학부 때 <미디어 인터페이스> 김준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책.
< 검색되지 않을 자유 >
빅데이터라는 개념이 등장한건 오래 됐지만 최근 5년 사이 크게 이슈가 되었고, 지금은 활발히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사회가 되었다. 책을 살 당시 빅데이터라는 말이 좋은 미래를 만들어주고 삶과 산업을 더 윤택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큰 기대를 했다.
하지만 부작용도 있는 법. 구글에 핸드폰 번호 또는 이메일 주소만 검색하면 개인 정보가 뜨는 일이 허다했다. 지금은 개인정보보호가 더 엄격하게 관리되어 예전보다 많은 정보가 나오지 않지만 그래도 방심하면 안 된다.
이 책은 그 당시 기준으로 앞으로 빅데이터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처를 해야하고 어떤 안목을 가져야 하는지 질문을 던진다.
물론 지금 읽으면 놀랍게 실현되고 있는 것 도 있다. 2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우려했던 현실은 우리도 모르게 일어나고 있다. 읽던 중 다시 생각해봐야할 부분을 적어볼까 한다.
#1
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조차 모를 수 있음을 두려워해야 한다. 귀에 선 IT신조어가 시대의 대세로 주목받고, 이 변화를 진중히 이해해볼 겨를도 없이 또다른 변화를 감당해야 하는 요즘 같은 격변기에는 더 그렇다. 나와 너, 우리의 무지를 상대하는 최선의 윤리가 질문이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.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질문을 외면하면 안 된다.
#2
디지털 문화는 인간 실존의 복잡성 앞에서 "나는 당신을 알지 못한다."는 것을 겸허히 사유할 수 있어야 합니다. 이것이 이 책이 주장하는 가장 중요한 메시지 입니다. 나는 당신을 알지 못합니다. 그래서 당신은 당신 그 자체로 경이입니다. 검색 가능한 데이터베이스의 바깥, 마케팅의 바깥, 신자유주의의 바깥에 놓인 '알지 못하는 무엇'의 잠재성을 위한 윤리를 구해야 합니다.
#3
두산의 기업 광고 '사람이 미래다.' 시리즈 중 '믿음 : 예측 가능한 사람' 편을 봤을 때, 모욕감을 느꼈던 것도 이 광고가 젊은이들에게 호모 익스펙트롤이 될 것을 권장하고 있기 때문이다. 가방을 어깨에 맨 건장한 남자가 시계를 보며 앞에 보이는 건물을 향해 바쁘게 뛰어간다. 그는 도착해야 할 장소에 제때 도착하기 위해 뛰어가고 있던 것이다.
이 때, 성우 나래이션이 나온다. "당신 주위에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을 떠올려보세요. 어떤 사람인가요? 실수를 하면 인정할 줄 알고,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키는 그런사람 아닌가요? 늘 원칙을 지키는 예측 가능한 사람. 그 사람이 믿을 수 있는 사람입니다."
실수를 하면 인정할 줄 알고, 약속을 하면 반드시 지키는 그런 사람 = 원칙을 지키는 사람일 필요는 없다. 조금 늦어도 되고 더 늦거나 실수로 다른 건물로 들어가 늦어버린 사람에게도 우리의 미래를 기대할 수 있다. '약속'과 '원칙'을 지키기 전, 그것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, 어떻게 성립된 가치인지 따질수 있는 불신도 중요하다. 예측 가능한 사람의 가치 = 믿음이라는 것에도 반대한다. 오히려 예측 불가능한 사람의 가능성과 잠재성을 믿겠다. 이 광고의 주인공은 건장한 남자가 아니라 괴물을 등장시켰어야 했다.
#4
빅데이터 기술의 발전은 빅데이터 분석에 알맞은 인간형의 일반화를 예고하고 있다. 맞춤형 마케팅이 아니라 마케팅에 맞춰 교정당하는 우리의 삶은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.
#5
삶의 불투명성, 불확실성, 예측 불가능성은 인간의 인간됨을 결정하는 지복이며 희로애락의 강도를 좌우하는 핵심 원리다. 그런데 현대적 삶의 거의 모든 영역이 디지털 네트워크에 연결되고 정보화의 규모와 밀도가 극대화되면서, 데이터베이스화된 인간의 일상은 정보기술을 활용해 예측해볼 수 있고 탁월하게 제어 통제 할 수 있는 영역이 되고 있다.
#6
앞으로는 인터넷 세걔에서 미리 시뮬레이션을 해보고 현실세계에서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 결정하게 될지도 모릅니다. 블로그나 SNS에서 친구에게 하고싶은 말을 미리 글로 표현해본 뒤에 정말로 그런 말을 할 것인지 생각한다거나 그에 대한 반응을 보고 할 말의 내용을 수정한다거나... 또는 인터넷 내부에서 익명의 신분에게 일단 시뮬레이션 샅은 활동을 하게 해보고 성과가 나오면 현실세계의 자신에게 접속시키는 두 개의 단계를 밟는 사람도 나타날 수 있지요. 인간의 변화라는 관점으로 압축해보면 역시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 자신을 언어화하게 되었다는 것이 압도적으로 크겠지요. 그런 과정을 통해서 자기 자신을 보다 잘 이해하거나 반대로 착각하게 되거나 또는 고정화 되겠지요.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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